일본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일본어를 익혀왔고, 일본의 시사 문제와 문화를 이해하려 해왔다.
내 나름의 기준을 두고 판단해와서 다른 사람이 일본의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앗, 이건 그게 아닌 것 같은데."와 같이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독학의 좋은 점이었다면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게 아쉬운 점이었다.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주제라면
아무리 권위 있는 사람이 이야기 하더라도 완전하게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일본인과 일본에 대한 시각을 하나 더 알게 되어간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일본인의 기본적인 교양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일본인처럼 생각하려 애쓰고, 일본어만 사용하더라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아가기에는 인생이 짧다.
외국에서 자라 30년 산 사람이 이후로 일본에서 나머지 60년 정도를 일본에서 보내고 나면 그때쯤 일본을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오래 살았더라도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있는 한, 섣부르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이곳은 어떤 나라다' 라는 결론을 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국화와 칼>같이 일본에 가본 적도 없는 사람이 쓴 책이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후세에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을 만큼 치밀하게 분석해서 명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
일본에 직접 가는 것이 어려운 시기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일본 사람과 일본을 분석하려면 일본 사람도 직접 만나보고,
일본에서 지내며 일본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일본과 일본어, 일본인을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