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올리라고?
내가 집을 보러 다니면서 문제점을 짚어내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직접 집을 지을 수밖에 없어."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일본 대도시의 집 사이즈나 間取り를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실구획은 내 마음에 들 수 없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내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타워맨션 정도인데, 안타깝게도 수입 대비 고정지출이 큰 상황이라 당분간은 이사할 수 없다.
그래서 내 집을 올리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는 사람에게 계획설계를 맡기고 건축법에 저촉되는 게 없는지, 실정과 맞지 않는 게 있는지 주택메이커와 상담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실구획을 직접 계획하면 저렴한 한국산 세탁기나 냉장고를 들여놓을 수 있는 소소한 장점도 있다.
내가 집을 올린다면 체크할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1. 액세스플로링은 상업공간에나 사용하라고!
- 관리도 안되는 카페트는 절대 깔지 않을 거고, 액세스플로링 역시 사용하지 않을 거다.
액세스플로링에 마감재를 얹고 점검구를 '수납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내어놓으면 점검하기야 편하겠지만,
그 쓸모없는 수납공간인 콘크리트 바닥 위에 배관과 함께 짐을 보관(?)하는 집주인인 내 입장은?
2. 죽은 공간을 만들고 합리화하지마!
-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다.
콘센트를 뽑아낸다고 가벽을 쳐, 죽은 공간을 만드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두께 200MM짜리 벽으로 전선을 가렸기 때문에 죽은 공간이 생기기는 했지만, 나머지 공간이라도 지켜줬으니 고맙다며 감사할 리가 없다.
설계사가 의도했을 리 없는 현장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도면대로 현장이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가벽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 말이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평면도에 분명히 꺾인 가벽 표시가 돼있어야 하는데
막상 부동산에서 내준 도면을 보고, 물건을 보러 갔더니 도면과 다른 현장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0CM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두꺼운 벽이다.
그래서 보통 집 사이즈 정도면 도면에 표시를 안할 수도 없고, 표시했을 때 티가 나지 않을 수도 없는 벽이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벽돌 한 장의 긴 변이 보통 200~210MM인데, 이걸 긴 쪽으로 돌려쌓으면 두께 200MM의 두께다.
불과 10MM 차이로 가구가 들어가냐 안들어가냐 하는 판에, 그의 20배나 되는 벽돌 한 장은 엄청 큰 차이가 아닌가?
보통은 물 쓰는 곳에서 물흐름이 원할한가 등을 우선적으로 체크하지만 사실 나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 사람들이 신경 쓰는 부분을 시공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맨눈으로 봐도 경사가 이상하거나 수압이 지나치게 약한 게 아니면 어지간하면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아직 공사중인 물건을 살피는 중이라면 모를까.
인테리어 공사까지 준공이 된 상태에서 개별실의 크기나 형태가 다른 것은 큰 문제다.
당연히 부동산에서는 이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 이유로 부동산을 신뢰하지 않는다.
3. 그밖의 마감 역시 방심하지 않는다.
- 목작업 후 필름 마감하는 부분이 각이 안맞아서 눈으로 봐도 휘어있거나, 필름 찍힘이 발생해서 눈에 보이는데도
이대로 준공을 내버리는 경우가 있다. 현장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에서 새 집에 들어가면 하자에 대한 부분을 체크하여 보내달라고 출력한 평면도와 회신용 우편봉투를 보내준다.
스케일 표기도 하나없는 평면도 하나 A4로 뽑아주고, 펜으로 체크해달라고 하면 공사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치를 아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이메일 주소를 남기든가.
건축준공이야 중대한 하자가 아닌 이상 감안할 수밖에 없지만, 인테리어 마감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생활에 직격타를 날리는 것이다.
기초 때부터 공정 바뀔 때마다 주말에 현장 방문해서 점검하는 수밖에.
결국 집을 올리는 것 역시 고정자산세는 내야하지만,
부지가 확보된다면 무료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차를 유지하는데도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땅값과 건축비 때문에 점점 교외로 밀려나가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
1,2년 새에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