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彼の事情

일본어 실력 때문에 긁힌다? 이제와서?

미니몹 2025. 2. 11. 20:00

 

외국어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1. 발음  2. 표현력  3. 액센트와 억양이 아닐까?

발음은 오랫동안 너무 강조해와서, 현재는 발음보다는 표현력이나 정확한 의사전달을 좀 더 강조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발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일본 활동을 오래해온 한국 가수들을 보며 가끔씩 긁힐 때가 있다.

긁힌다는 표현, 속된 느낌이라 좀 그렇지만, 내 스스로가 부끄럽고 상대를 부러워한다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질투하는 거다.

 

음감이 좋기 때문인 건지, 음악을 하는 사람인만큼 귀가 좋은 것인지,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본 노래를 부를 때 보면

견디기 어려워질 때가 있다거나 감탄을 할 때가 있다.

 

 

 

(유튜브에서 재생이 가능한 BOA의 メリクリ)

 

가수들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つ나 ざ행의 발음이 정확한 편이다.

일본어를 처음 하면 대부분 つ가 안되거나 귀로 듣는 것조차 못한다.

특히, ざ행은 목을 울려내는 소리인데, つ가 안되는 사람이 ザジズぜゾ가 들어간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금방되기는 하더라.)

 

그리고 노래인만큼 본인의 개성을 넣었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간 부정확하게 들리는 부분도 일부러 의도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10년 넘게 일본어의 발음에 집착해왔기 때문에,

조금만 이야기 해보면 상대의 표현이 유려하든 그렇지 않든 발음만 듣고 원어민인지 아닌지 눈치챌 수 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발음이 미묘하게 달라진 일본인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다.

귀가 좋다기보다는 그저 학습초기부터 표준어 발음에 집착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가끔가다 외모만 보고 외국인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진짜 외국인인데 실력이 엄청 좋아서 흠칫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말할 때 어지간히 발음을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틀리지 않고 구분이 가능하다.

 

 

아내 친구들도 나를 처음 만나면 흠칫한다.

"(일본에)오래 살았나봐요. 그렇죠?"

 

그럴 때면 어깨가 올라가서

아내에게 "나 요즘 발음 어때? 자연스러워?"

라고 물어보면 가차없이 냉정한 평가가 돌아온다.

"아니야, (모국어가 아닌 거)금방 알아."

 

그래도 요즘은 일본어를 공부한지 얼마나 됐냐는 물음은 거의 없는 걸 보면,

전보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는 생각은 한다.

 

가끔은 아내도 놀래키는 나다.

"응? 그런 말은 어디서 알았어?"

 

'그야 내가 읽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쓰니까 그렇지.' 라고

솔직히 대답하지 않고, 씩 웃고 만다.

 

"가끔보면 어려운 표현을 쓰는데, 이렇게 쉬운 건 모르지 싶을 때가 있어."라며

어깨가 승천하는 것을 막아주는 고마운 아내다.


 

 

 

 

실력향상이 더딘 벽에 부딪혔을 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께서는 내가 무슨 길을 택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일본어 통역을 전문으로 할 거예요?'

 

맞다, 내가 일본어만으로 먹고 살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왜 긁히는 건지 그 모양새가 우습다.

 

'저사람은 어떻게 저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지?'

'따라하려고 애쓰면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알지 못하는 표현인데?'

 

예전에는 일본어에 대한 노력을 100만큼 했다면

이제는 고작 1-20이나 될까말까 한 수준이기 때문에 예전같은 노력을 해왔어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수두룩할텐데 현상유지만 하는 수준에서 뭘 더 바라는 걸까.


 

 

 

내가 소년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치기를 갖고 있기 때문인가보다.

 

재능있는 캐릭터가 훌륭한 스승 또는 스스로 깨달아가며 성장,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도 흡족한 만화지만

남들이 봐서는 영 재능이 없어 포기하는 게 옳아보이는 둔재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평균 이상으로 해내는 것을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게임 디아블로를 하드코어 모드로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이 가는 건,

죽으면 쌓아온 걸 다 잃는데, 그럼에도 그걸 즐기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 죽을까? 하는 얄궂은 마음도 있겠지만, 매순간이 승부가 아닌가. 

운 나쁘게 폭젠된 몬스터에게 얻어맞고 그대로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노력하는 천재든, 노력않는 천재든 성장과 목표달성이라는 것에만 집중하면

그런 것이 보는 맛도 있고 멋도 있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으니 

"그쯤해봤으면 이제는 좀 포기했으면..." 이라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자극을 받는다.

 

나는 햄스터를 보면서도 혼자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자극을 받는 사람이라,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건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우상으로 여기던 선배가 그랬다.

"꾸준히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내가 긁히는 건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어 연습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핑계고, 요즘 나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썼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면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이 정리돼 한결 개운해진다.

 

나태하면 사람이 가라앉고, 울적한 기분에 잡아먹힌다.

내가 제멋대로 해석하고 정말 좋아하던, 이 문구처럼 「全ての今日のために」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