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자동차보다 무서운 자전거?
일본 차량 사고가 종종 한국 뉴스에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차량은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주의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일본의 좁은 골목길이든, 큰길의 횡단보도든 차량과 마주쳐도 별 신경을 안 쓸 정도다.
왜냐하면, 그만큼 차를 타는 사람들이 보행자를 주시하고 양보하기 때문이다.
나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차량을 만나면 차가 먼저 지나가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그런 일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마후라(?)를 개조한 차조차도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곳이 일본이다.
도쿄의 도심 한복판같이 사람이 계속 오는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을 볼 때면
(개인적으로는)운전을 해본 입장에서 운전자가 안타까워 종종 양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차가 아니라, 자전거가 말썽이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자전거 때문에 잦은 불편함을 느낀다.
타는 사람이야 편하니까 타겠지만, 매너가 나쁜 자전거 운전자가 많아 보행자 입장에서는 영 달갑지 않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1. 보도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끼리 앞지른답시고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 쪽으로 달려온다.
2. 밤에는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사용하여 보행자에게 플래시 공격을 한다.
3. 내리막길에서조차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맞은편 또는 뒷편에서 달려온다.
4. 한손으로 우산을 받친 채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다. (이건 내가 아는 한에서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특히, 사람 두명이 마주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길에서 자전거를 탄 채 달려오는 사람이나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는 사람을 만나면 화가 난다.
보행자를 스쳐지날 때까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가거나,
구석에 멈춰서서 보행자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심지어 자전거는 도로로 달리라고 자전거 유도표시를 그려놓은 곳에서도
본인들도 차량에 치이는 게 무섭다는 이유로 보행자우선 도로로 진입해 쌩쌩 달린다.
일본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시 지역 한정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보유한 사람 또는 간이 자전거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큰길가로 타고 나올 수 있도록 규제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왜 걸어다니는 사람이 자신보다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해다녀야 하는 걸까?
일본에서는 차 조심이 아니라 자전거 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