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彼の事情_ 그의 사정

한국인과 일본. 그리고 역(逆)이민

미니몹 2018. 10. 2. 01:02

 

일본에서 만난 이방인들은 다 제각각인 것 같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

특유의 스타일로 알 수 있는 어디 출신인지 짐작하게 하는 사람들.

자국민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모국어 위주로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매사 눈치를 봐야 하고 자제를 강요받는 것 같다며, 일본에 있으면 답답해 미쳐버리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본인과의 깊은 교류가 없는 사람일수록 사회에서 격리된 것 같다고 호소한다. 

즉흥적으로 귀국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향수를 달래본다. 

그러나 한인이 많은 곳에 발을 들이면 들일수록 일본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익숙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 이유로 유학이나 직장을 그만두고 귀국하는 사람이 나온다.

 

"나는 이곳에서 살기 힘들다."

 

 

 

한참 한국 신문기사를 읽던 시절엔 역(逆)이민이라는 말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정체성은 한국인이고 국적도 대부분 한국인인데 역이민이 뭐야, 귀국이지.'

 

일본에서의 오랜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사람은 많다. (일본에 있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에 흔하다)

나도 그런 사람을 몇 명 만난 적이 있다.

이젠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욱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사람들이다.

한국인과 한국어로 말할 때도 습관적으로 일본어의 추임새가 들어간다.

오래 살았음을 어필하는 게 아니란 것을 알기에 어떠한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분들,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보니 한국 문화에서 이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내 머릿속의 한국이 아닌 실제로 펼쳐진 한국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지인과 친구는 대다수가 일본 사람이고, 한국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가족과 친지뿐.

옛날 친구를 만나봐도 나는 이미 외국인이 되어있는 것처럼 느낀다. 한국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경제적 이유든, 자신의 의지이든 상관없이 이미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사는 이야기를 해봐도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

예의상 물어보는 일본생활 이야기를 약간하고 나면 그게 전부다.

여행을 온 것 같은 신선함과 고국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라고 했다.

 

모국인 한국에 남은 것은 가족과 약간의 미련뿐.

다시 일본 생활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은 일본에서 일을 한다. 자식들은 이미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자리를 잡았다.

자식들 중 딸 하나만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그것이 한국에 돌아가려는 계기가 됐지만, 한국에 와서도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등 뭔가 일본과의 접점을 갖고 있는 이들과 만나려 한다. 

결국 그리운 곳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을, 한국 소식을 전하는 잡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이방인 아닌 이방인을 보며 이날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