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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Diary

반 년씩 한국과 일본에 산다면?

 

얼마 전에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일본에 계속 살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반 년씩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고 싶다면 그게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고.

 

나는 즉답을 피하고 주제를 바꿨다.

개인적인 목표를 털어놓을 필요가 없다. 누군가 설득한다고 해서 금방 바뀌는 목표라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들어도 공감해줄 수 있고, 응원해주고 싶은 작은 목표라면 모를까, 진짜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해봐도

세상에는 현실성부터 논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 현실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죽는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니까 쉽게 말하기 십상이다.

 

 

그 고마운 제안을 듣고 생각해봤는데 내게 1년에 한국에 반 년씩이나 살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거 말고는 딱히 없다.

언어 문제도 아직은 불편하지만 상당부분 해결되었고 실제로 살기 괜찮은(?) 나라다.

 

일본 속담에 住めば都 라는 말이 있다.

정들면 고향 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겠다.

 

住めば都(すめばみやこ)の意味 - goo国語辞書

住めば都(すめばみやこ)とは。意味や解説、類語。どんな所でも、住み慣れるとそこが居心地よく思われてくるということ。[補説]住むのなら都会が良いの意で使うのは誤り。 - goo国語辞

dictionary.goo.ne.jp

어떤 장소라도 사는 게 익숙해지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거겠지.

실제로 공항을 벗어나서 도쿄 도심으로 들어서면 어딘가 모르게 안심이 되고, 익숙한 동네에 들어서면 편안해진다.

나는 외국인이고, 이 사람들은 내국인이고 그런 생각을 별로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차별(구별)을 두어야 할 때는 외국인임을 자각하지만 그건 어느 나라에 가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서 나도 모르게 누리는 권리가 있을 것이고,

한국 밖으로 나오면 외국인으로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것.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 할 수 있겠으나 나는 평등한 세상을 요구하기보다

우선 불공평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목표하는 곳에 가까워지도록 더 끌어올릴 방식을 생각하기로 했다.

불평불만을 쏟아내어 그게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발전을 이뤄낸다면 그보다 멋진 것도 드물겠지만,

나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 부정적인 에너지에 잡아먹히고 마는 타입이라,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그런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오사카에 4년간 살았던 사람을 얼마 전에 만났는데, 

다른 건 몰라도 한국에 들어와서 금방 다시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더이상 일본에서 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여행으로서는 계속 다녀보고 싶다고.

내게 도쿄 안에만 갇혀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보면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을 거라 해주었다.

 

일본에 살다온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러이러한 게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막상 한국에 들어와 생각해보면 일본의 좋은 점이 많이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일본의 매력인 건지, 열심히 살아가던 내 모습이 그리운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