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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습성의 차이 때문에
한·일의 대화에서는 양 쪽의 언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끼리의 대화가 아니라면, 뉘앙스 차이로 오해로 인한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처럼 시원스럽게(?) 해버리면 앞으로 그사람과의 친분은 기대 않는 것이..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2편에서는 일본어로 대화를 하다가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바람에 초를 쳐버린 경험담을 소개한다.
편의상 그사람을 사에코라고 하자.
글쓴이: 이러이러해서 공부하고 있다.
사에코: 스고이! (대단해) 공부는 중요하죠
글: 사에코 씨, 나중에 한국에 가면 일본어 과외해보는 게 어때요? 의외로 수요는 있어요.
사: 유감이네요. 일본어 가르칠 수 없어요.
글: (??..... !!!!!) 아, 제 일본어 선생님이 돼달라는 뜻이 아니에요. 가벼운 농담이에요~ 역시 좀 더 공부하지 않으면 농담은 무리네요.
사: 공부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
글: 네? 아...저, 무슨 뜻인가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좀..
사: 공부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의미입니다.
글: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공격적인 어조로) 잘못 이해했습니다.
사: 불쾌하게 한 거네요. 죄송합니다.
글: 아니요, 이 쪽이 죄송합니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되니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 제가 한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불쾌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글: 실제로 그런(공격적인) 의미였다고 하더라도, 제 실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 (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의미도 있지만 실례입니다….)
사: 그런 말씀 마세요. 좀 더 즐거운 이야기를 해요~
한국어를 모르는 사에코 씨 입장에서는 칭찬해주고도 뜬금없이 폭탄맞은 셈.
유감이네요(残念ですね)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여러 상황에서 쓰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어려우니까 문제지...)
특히, 한국에서 "유감입니다" 라고 하는 그 뜻만 생각하고 있으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쪽에서는 글쓴이가 일본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기 때문에, 맞장구를 쳐준다고 한 것이 공격적인 어조로 왜곡된 것이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웃고 지나가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지만
"공부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를 듣는 순간에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속으로 무척 당황했다.
이후에도 자꾸 생각나는 표현이어서 언젠가 다른 일본인 친구에게 슬쩍 물어본 결과, 내 수준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의미가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일상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표현으로, 다소 어려운 말이라고 해주었다.
친구가 글쓴이의 체면을 생각해서 어려운 말이라고 표현했을지 몰라도, 풀이를 듣고나니 사에코 씨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한국어 문법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공부가 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모국어의 사고방식으로 말해버려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 같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사에코 씨와는 심리적인 거리가 더욱 멀어져버렸다.
재밌는 사실은 그 순간에는 또 볼 것처럼 즐겁게 이야기 해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피한다.
어쩌면 불편해서 피한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나는 모국어의 화자를 조금 흉내낼 수 있게 됐다는 것뿐이지, 역시 한참 멀었다.
혹자는 외국에 한 번 나가지 않아도 외국어를 유학을 다녀온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느니
외국물 먹어봐야 소용없다는 둥 부정적이고 경제적(???)면만을 강조하며 왈가왈부해도
실제 경험을 쌓는 것이 언어 공부에 있어서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N개 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큰 내공이 쌓여있을지 무척 기대가 되며 일면식 없는 사람일지라도 가까이 하며 소중한 경험담을 듣고 싶어진다.
(完)
** 이전에 작성해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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