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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Diary

정체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말을 하다보면 이상한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과거 일본어에 미친듯이 매달려서 꿈을 일본어로도 꾸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일본어 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이상 일본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 단계에 도달했는데, 내가 일본어를 정말 잘하게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필요 이상으로 공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로 이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지 않은 걸까? 나는 일본에서 살아갈 사람인데?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일본어에 파묻혔을 때는 하루에도 몇시간씩 일본어로 글을 읽곤 했는데, 요즘에는 기사를 읽고 댓글을 읽고, 손에 잡힐 때 교양서적을 조금 읽어보는 정도니 절대적으로 인풋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모르는 말이 있어도 그 단어를 유추해낼 수 있는 경우가 늘다보니 사전상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법무성의 사법시험 안내나 외국인의 비자 설명 같이 딱딱한 내용도 무리없이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장들이 딱딱하기는 하나 잘 다듬어져있어서 의외로 읽기 쉽다.) 이만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방심하고 자만하게 된 것이, 일본어 실력이 늘지 않는 주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책을 집어들면 아직도 모르는 말이 잔뜩 나오고,

일본 사람이랑 이야기하다보면 모르는 말이 또 나오면서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얼마나 나는 무지한 상태인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나." 이렇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리 내가 보통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보다 목표를 높게 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일본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라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통역사가 아니니까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고? 모르는 게 없을 수야 없지만 5년 후, 10년 후에도

나는 외국 출신이니까 잘 모른다고 그런 볼썽사나운 변명을 할 건가?




이 상황을 벗어나서 한층 더 실력을 끌어올리고자 새롭게 공부의 목표(시험에 도전)를 잡았다. 

이미 기본점수인 70%를 갖춘 상태에서 30% 정도에 도전하는 거니까 적당한 난도에 도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무국에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아서, 이 시험을 고득점으로 통과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었다. 

그는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법을 가르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일본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어느 실력을 갖추고 싶은 건지 다시 한번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해주었다.



제한된 상황에서 나는 무얼 고르고, 무얼 위해 어떤 것에 집중하며, 무얼 얻을 건지 잊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한다면

정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