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apan/彼の事情

가진 패 숨기기.

 

사직원을 제출하고 상당히 자유롭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서 붙잡는 건 아닐 테고, 아쉬워서 일단 잡고 있는 게다.

 

어쩌다 보니 보스가 입사이래 처음으로 일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섰다.

보스에게 흥미를 느끼는 두가지 중 한가지가 바로 일을 다루는 사고방식이다.

질문을 하며 15분 정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하나 흥미롭게 생각돼 내 일에도 적용시키려 한 것이 있다.

 

바로 '가진 패를 숨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같은 편에게도 가진 패를 숨길 것'이다.

 

(아래 내용은 주니어 때의 일을 예로 들어 일기를 기록하여 둔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는 원가에 관련된 부분까지 고려하여 예산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

PM이 맡은 프로젝트에서 모든 내역에 대하여 원가계산을 직접할 이유도, 할 수도 없지만

취합된 자료를 보고 원하는 방향대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여러분야가 제각각이라지만 결국 회사의 보고서는 숫자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내가 주니어 때, 팀장이 지시하여 자료조사 및 발주요청을 하고 있었다.

팀원이 자료를 조사해서 모아오는 일까지 한다면, 진행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비용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팀원 한 명에게 모든 자료의 조사 및 취합을 시키지 않으므로) 빙산의 일각만을 볼 수있는 팀원과,

빙산 전체를 멀리서 보고 있는 PM의 금액(비용)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주어진 일을 쳐내기 바빠, 팀원1로 일할 때는 이것을 잘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거래처'가 받아보는 내역말고, '우리'가 공유하는 내역만큼은 거짓없는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A건 말인데요, 여기 자료를 보시면....

그래서 제가 생각한 비용은 이렇습니다. 이대로라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어 있습니다.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진행해."

"???"

 

 

항상 이익을 낼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이너스는 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팀장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회사가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다.

 

팀장은 '우리'가 공유하는 내역 역시 반쯤 거짓자료를 준 것이었다.

거래처가 받아보는 내역을 약간 더 풀어내서 이것이 '내부자료'라며 전달하고, 그대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다.

팀장과 내가 아는 원가가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도 직접 보고서를 작성 후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감추고 있었던 진짜 원가가 얼마인지, 회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얻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팀장이 내게 그 금액을 알려줄 리 없으니 결과만 물어보았다. 

"남았습니까?"

"응, 예상보다는 줄었지만 남았어."

 

이로서 깨달은 것은 팀장은 내가 가져온 숫자보다 원가를 더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원가를 더 낮출 방법을 찾아내 보고했다면 그만큼 팀장의 성과는 더 좋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내가 보고했던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을 예상하고 있었다면 다른 건에서 만회하려고 또다른 플랜을 짜놓았을 것이다.

 

 

보스가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준 것은 주니어 때의 사례를 조금 구체화했을 뿐이다.

'네 판단으로, 진짜 내역은 끝까지 숨기는 방법도 있다. 네가 예비비를 얼마만큼 만들어놨다는 건 결재할 사람만 알면 된다.

나머지는 그걸 끝까지 몰라도 된다.'

 

예비비는 이미 어느 정도 비용으로 들어갈 것을 감안하고 설정하기 때문에 끌어다쓰지 않는다면 그대로 초과이익이 나는 것이다.

예비비를 어떤 식으로 집행하는지는 전적으로 PM의 권한이다.

다만, 남 모르게 들고 있는 칼을 눈에 보이게 다룰 것이냐, 드러내지 않고 일 진행을 매끄럽게 할 것인가

이런 것 역시 PM이 고민하여 보여줘야 할 능력이 아닌가 싶다.

 

 

업무의 성격도 달라져서 개업을 하게 되면 또다른 생각으로 일을 하겠지만..^^

살 길을 만들어놓으라는 말은 틀린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