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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彼の事情

언어교환(작문 첨삭 사이트)lang-8 서비스 종료

 

수년 전부터 lang-8을 이용해서 주로 일본인들과 첨삭을 주고 받았다.

거기서 만난 감사한 인연들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접속을 해보니 올 2월 말로 서비스 종료가 되어

HiNative로 합쳐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에도 lang-8 서비스를 종료하고 HiNative로 이전하라는 안내를 했었는데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이 너무 커서 일보후퇴하여 신규가입을 막고 당분간 서비스를 유지해왔었던 기억이 난다.

유료가입하지 않아도 큰 제약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았던 것 같다.

 

프리미엄 회원이 되는 것 외에는 수익모델이 불분명한데, 광고도 별로 없다보니

가입자 중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만 남아,

lang-8을 꾸준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서로의 공부를 돕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HelloTalk, Tendem 같은 어플보다 정말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제는 SNS같은, 만남과 사교에 좀 더 치중한 어플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어도 lang-8처럼 정말 한국어에 통달한 일본인들이 첨삭해주는 게 아니라면

어플을 이용하면서까지 일본 사람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러한 점에서 Lang-8은 굉장히 좋은 공간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누군가 틀리면 틀렸다, 옳으면 옳다.

한국어로도 작성한 글을 참고해서 적절하게 의역이 되었는가 봐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한국어를 잘할수록 고급스러운 첨삭을 무료(보통 품앗이를 한다)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어로 작문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일본인에게 첨삭받았는데,

언젠가 결혼 이야기를 글로 썼더니 오랜만에 그분이 나타나 결혼 축하를 해주셨던 기억도 난다.

 

또,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분이 두 분 정도 있었는데..

한 분은 KBS뉴스를 받아쓰기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본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는데

좀처럼 틀리거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한국어를 잘했다.

또다른 한분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인데, 라디오 자료를 받아쓰기 하고 싶어해서 첨삭을 많이 도와주었다.

그분은 블로그를 공개하신 적이 있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 일본어 실력이 되었다고 느낀 뒤에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서

작문 할 때마다 쉬운 표현으로 바꾸어 쓰고도 많이 틀려서 교정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성실하지 못한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연락처라도 받아두었다면 연하장이라도 한번씩 보내며 인연을 이어갔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러한 점이 아쉽다.

일본어를 무료 또는 찻값 정도 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야 많지만, 이제 나처럼 애매하게 일본어를 하는 사람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어학교 정도라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