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본어 학습을 하면 할수록,
점점 대학 '의' 학생이, 수학 '의' 선생님이 자연스러운 말이 되어간다.
내 언어 구사방식이 국어책이 돼가는 기분이라서 이상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대학생이라고 써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도 그렇게 사용하는 일본인도 많으니까…. (일본어의 문법 이야기)
"너 문법이 왜 그래?" 라고 대놓고 지적하는 일본 사람을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 그렇게 비웃거나 걱정한다면 알려달라고 조르고 싶을 뿐이다.
(의외로 이사람들 거절을 잘 못해서, 열의를 보이며 부탁하면 틀린 표현 정도는 사전을 찾아서라도 정정해주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자막을 제작하는 그륩에서 왜 이렇게 이상한 말투를 사용하나 싶었는데
한국에는 없는 개념을 딱히 특정해서 표현하기 힘들기도 하고,
직역만으로는 느낌이 이상해져서 어쩔 수없이 적절하게 의역이나 역자의 주석이 필요한 법인데
머리를 짜내서 문장을 이어내고 나면 말투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
(물론 원본 스크립트부터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인 경우도 있다)
"역시 당신은 그런 겁니까?"
"한심하군. 고작 그정도냐? 분발하라고"
특히 일본어로 만들어지는 영상물들은 이런 느낌이 잦은데,
약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영화에 비하면 드라마에서 약간 더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들을 우리말로 실제로 사용하는 일도,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극히 드물기 때문에
단지 청자 입장에서 어색하다고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왜 이런 단어를 선택해서 번역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어렵다.
왜?
결국 곰곰이 생각해봐도 나 역시도 더 괜찮은 말을 생각해내기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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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자라면 한 번쯤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네이티브 스피커'
끊임없는 노력과 타고난 감각 덕분에 이 레벨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되더라도
통역이나 번역을 할 경우에 화자가 의도하는 뜻과 뉘앙스, 분위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싶다.
우리 문학사에서도 그렇듯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구전 문학은 작자 미상이 대부분이고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내용의 특성상 전달 과정상에서 의미가 변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족이 붙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내용의 축약이 일어나는 것은 예삿일이니까-
어찌보면 말을 흉내낼 수는 있더라도 진짜로 이해하고 의도해서 적당한 단어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대개 IPTV라든지, 영화관에서 쓰일 것들이 아니고서야 아마추어가 순수한 의도에서 자막을 제작하기 때문에
역자의 외국어 실력과 모국어 실력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
(= 이 번역 내용에 따른 전개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점에 봉착하고 만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최상급의 실력자가 아주 많이 있고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 역시 많아서 상대적으로 번역의 완성도가 의심되는 파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도태되어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모국어로 고등 사고를 거친 뒤에 곧이곧대로 외국어로 옮기면
그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말을 입에 올려버린다든가 하는 실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읽고 말하는 스킬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 역시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깊게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국어사전, 한-일 사전, 일-한 사전, 일-일 사전과 문화와 역사 서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고
일정 궤도에 오르고나면 그때의 생각과 지금이 많이 다른 것이라고 느끼게 될 수 있다.
그건 그때의 일이니, 미리 고민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