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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彼の事情

터무니없는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요즘 힘들어?"

"네, 힘드네요."

"만나서 이야기할까?"

 

블로그에서 회사를 얼마나 그만두고 싶은지 노래하던 나.

드디어 회사가 날 잡는 순간이 왔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없이 연봉 대비 일을 잘해줬는데 너 나가면 당장 사람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잡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윗사람이 술을 마시자며 불러놓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만약 나가서 사업할 생각이라면 조금 더 다니면서 준비가 되면 독립할 수 있게 돕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력이 더 쌓이면 연 천만 엔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거절했다. 입사후 늘 그랬지만, 요즘에 와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과 생각끝에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간 자리라,

3시간 가까이 늘어지는 이야기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엔 한발 물러서며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다른 곳에 갈 생각인지 등을 묻기에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뭘 할 건지 알려주면 적극 돕겠다고 하여 씩 웃고 말았다.

 

사업을 하든 회사를 들어가든 현재 회사 사람들에게 끝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너는 네 생각보다 잘해서 여기저기 스카웃도 들어오는데 자기객관화가 너무 잘 돼있다(?)는 칭찬 아닌 욕을 하다가

그래도 이 업계 어디를 가도 이정도 월급 받기 힘들 거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거래처 사람들 연봉을 예로 들며

그에 비하면 우리 회사는 좋다며 살살 달래보려는 모습에 기가 차서 속으로 큭큭 웃었다.

 

'아, 지난 번에 아니라고 했는데 아직도 홧김에 그만둔다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는구나.'

 

 

 

자기객관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존경하는 선배에게 몇 년전에 들은 적이 있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한다 라는 같은 것들만 재능으로 생각하지만

노력도 재능인데, 하도 어른(?)들이 노-오-력(지금은 한물 간 유행어 같다)을 외쳐서

많은 사람이 노력하는 것을 재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이후로 몇년이 지났어도 나의 속성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 받은 셈이다 ㅋㅋ 

 

 

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중 두가지는 이 일을 하는 동안

속된 말로 'auto로 돌리는 단계'에 접어들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 조건을 빼고 생각해보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다는 것,

매번 너무나도 다른 환경변수에 끌려다닌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는 걸 알았다.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이 훈수를 계속 두면 처음에는 고분고분 하던 사람도 결국에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답답하면 네가 하든가.'

'어! 그거 맞는 말이네. 나와 봐. 내가 할게'

 

그렇다. 스스로를 쥐어짜는 방식으로도 지금보다 잘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터무니없는 외국인으로 살기.

안될 게 뭐가 있겠나. 한 우물 파다 안되면 다른 거 파야지. 마른 우물 쥐어짠다고 물이 나올 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