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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슬픈 마음, 그런 상황에 푹 빠져있었다.
사흘 가까이나 헤어나기 힘들었다.
1년 가까이 정이 들었던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왕복 130여 키로를 달려가며 여러 생각들을 했고, 집에 도착해서야 실감이 났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얼마 전에 공사를 시작했던... 새로 생긴 카페에 발을 들였다.
햇살이 잘 드는 조용한 카페여서 그런지 옛 사진을 보며 감상에 젖고, 애써 씨익 웃어보니 괜찮아진 것 같아
집에 들어갔다. 늘 있던 곳이 텅 비어있는 걸 보고 허전함과 쓸쓸함, 죄악감을 느꼈다.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튿날도 아내와 몇 번이고 산책에 나섰다. 이제는 익숙한 길들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걸었다.
한밤중에 잠깐 바람만 쐬고 들어오려던 것이, 40분 - 어쩌면 1시간 가까이 지나고 말았다.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지, 슬픔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그 주제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지 잠에 들 수 있었다.
셋째날, 오늘은 괜찮겠다 싶었는데 불쑥 올라오는 느낌이 있었다.
이제는 죄악감이 큰 것 같다. 내가 잘되자고 한 선택인데... 괴로웠는지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우리의 선택이라며 짐을 나누겠다고 해줬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역시나 집에 있는 것은 괴로워 바깥으로 돌았다.
살다보니 어른들의 감정이라는 걸 느껴간다. 어렸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더 알게 된다.
어른들의 감정이라기보다는 나이 먹는동안 쌓여온 생각들, 경험들에서 느껴지는 복잡미묘한 것들인 게 아닌가.
내가 느끼는 게 무엇인지 명료하게 정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감정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텐데.
어렸을 때, 어머니께 들었던 건지...누군가에게 들었던 건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10년 지날 때마다 하루하루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말이 이제는 알 것만도 같다.
생각보다 어른은 나이를 빨리 먹는다는 것이고,
사회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충분히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이번에 아내와 나는, 결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배웠다.
가족과의 사진, 동영상. 나중에 내가 그리워할 때 돌이켜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또한, 이러한 도구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겠지.
당한 것을 되갚아주는 것도 좋지만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큰 은혜는 결코 잊지 않고...
좋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 하루만이라도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세상 영원할 것처럼 굴며 많은 것을 못본 체하는 내게
너무나 큰 것을 가르쳐주고 떠난 그녀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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