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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특히 언어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라면)
상대방의 행동에 불안해하거나 답답해하는 사람이 있다.
왜? 도대체 왜?
일본인은 발음 지적이나 문법을 고쳐주지 않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부분은 발음이 잘 안되는 것 같은데...
나, 발음이 이상하니까, 조사를 제대로 못 쓰니까….
라고 부탁해도 그것을 상대의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상대가 일본어로 완전 엉뚱한 소릴해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조심스레 말하고자 했던 것의 의미를 되물어볼 뿐 지적하지 않을 거다.
왜?
일본인이 발음을 지적하지 않는 이유.
바로 자신이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외 학생이든, 일본어 어학교 학생이든
나 자신과 상대가 사제 관계로 묶이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발음이나 문법을 지적하는 것은 굉장히 실례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구가 내가 잘 모르는 말을 알려줬을 때 "(일본어) 선생님~"이라고 장난치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은 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할 정도였다.
이 부분이 재밌어서 여러 명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봤는데
미리 짜기라도 한듯이 모두 똑같이 선생님으로 불리우는 것에 놀랐다.
유일하게 딱 한명, 친한 친구는 한 건당 3000円의 고액을 요구하며 되받아쳤다.
"내 수업은 비싸니까 3천엔. 시간당 계산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3천엔이야~"
위의 사례만으로는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이젠 기초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이 자주 하는 실수로 예를 들어보자.
韓国語を教えてください(한국어를 가르쳐주세요)라는 일본어를 "한국어를 가르치세요"로 직역하는 것.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입문자용 책에서 "가르치세요"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귀여운 실수는 대부분 번역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나는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한국 대형서점에 가면 종종 살펴보곤 하는데
아직까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 한국어 교습 책 중에서 "가르치세요" 라는 문장을 사용한 책은 본 적이 없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서 생각해볼 때,
"XX에게 OO을 가르치세요." 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일 뿐더러
사용된더라 하더라도 사역형, 즉 청자에게 무언가를 시킨다는 의미가 매우 강하게 들어있다.
머리 아픈 문법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이쯤에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ア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세요!"
굉장히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말한다면, 많은 사람이 표정 관리가 어려울 것이다.
이때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거 직역했지? 귀여워~" 하며
웃으며 넘어가는 수가 있고 상대의 한국어 실력을 위해 고쳐줄 수도 있다.
나는 이미 위에서 일본인이 일본어를 고쳐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상대의 한국어를 고쳐주겠답시고 나선다면 일본인은 어떻게 반응할까?
예전에 나는 언어 교환을 하기로 했던 H 씨에게 도움이 되고자 문장을 멋대로 고쳐준 적이 있다.
나는 일본어를 쓰고, H 씨는 한국어로.
사실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해도 상관 없었지만, 상대가 은근히 '나는 한국어, 너는 일본어'를 부탁했기 때문에 그 장단에 맞추기로 했다.
(언어교환이 말이 좋아서 언어교환이지 실력이 월등하게 차이나지 않으면 좀 더 의욕이 있는 쪽의 페이스로 끌려가버린다.)
원래 일본어의 의미로 생각했을 때는 분명히 정중한 말씨였는데
그것을 한국어로 고치는 과정에서 건방진 말투로 변하는 부분이 있었다.
H가 한국어로 말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실수할까봐 고쳐줄까 말까 고민한 끝에 그것을 고쳐주었다.
"있잖아, H~ 그건 이렇게 쓰는 게 좋아. ^^"
"아~ 그래요?"
H에게 도움이 되고자 어설픈 호의를 베풀었더니 그것이 영 좋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언어 교환을 목적으로 시작한 관계니까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언젠가 내가 한자 변환에서 실수를 했더니 곧장 그것을 바로잡아주었다.
変換ミス라고 하는 '한자 변환의 실수'는 일본인에게도 흔한 일인데,
그것을 지적했다는 것 자체로도 당시에 H 씨가 몹시 불쾌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H의 행동에 무척 놀랐지만, 내가 그녀의 실수를 지적했을 때
그녀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놓이고서야 뒤늦게 "아차!" 하고 말았다.
내가 그사람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아니라면
틀린 것을 바로잡아줬다간 일본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상대방이 거듭해서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면 빈말을 빈말로 알아듣고 넘어갈 줄 아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려면 친구를 통하는 것도 좋지만,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통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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