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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彼の事情

가려진 것들에 대해 드는 생각.


공사를 하는 곳에는 공사표지가 붙어있다.

현장명과 현장소장(책임자), 건축주, 시공사 등. 

그런데, 거의 대다수는 시공사를 제외하면 모조리 잊혀진다.

이마저도 브랜드를 강조하는 한국의 아파트 정도이거나, 유명한 건물이 되지 않고서야 시공사도 잊혀진다.



도쿄타워를 대표로 설계한 사람은 内藤多仲.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도쿄의 랜드마크로 남아있다. 

찾아보면 누가 설계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도쿄타워를 세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반 정도인데, 

누군가는 도쿄타워를 지으면서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느 누군가는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가는 과정에서 큰 설렘을 느꼈을 수도 있다.

어떤 관리자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거의 매일같이 현장에 붙어 살았을 수도 있고,

프로젝트에 압박을 느끼고 작업자에게 엄청나게 화를 내는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건설인들이 일을 했을텐데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건축,건설에서 빛이 나는 사람은 설계한 사람이 아닌가.


얼마 전 한국 DDP 플라자에서 겨울 특별 이벤트를 열면서, 

'건축가 XXX(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가 설계한 DDP'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쿄타워뿐만 아니라 어느 유명한 건물을 지을 때, 한 삽 보탰더라도 작업자 A, 작업자 B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다.


롯데타워에서 이름들을 발견하고 감상에 젖었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눈에 담았던 이름들도, 그자리를 떠나며 곧장 잊어버렸다. 

기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대부분의 경우 기껏해야 건물의 이름, 건축가 정도가 남고, 잘하면 시공사 정도.

돈을 받고 일을 했다지만, 정말로 남는 건 돈뿐이었다. 

그 돈이라도 많이 버는 건 누구나 잘 알다시피 소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나는 빛이 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일을 했으면 한 것이 티도 나고, 내가 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루 더 일한다고 해서 보상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정말 월화수목금금금 월화수목금금금 미친듯이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책임감이라고 포장하면서 일한만큼도 못 번다고 다른 누군가를 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지 내가 과도하게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인 건데.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미용실 예약이 잡혀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조금 그렇다.

일요일에 쉬는 미용실에 왜 다니느냐고 하지만 미용사도 쉬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나도 쉬고 싶은데, 남이라고 쉬고 싶지 않을 리가 없다. 


내가 마지막 손님이 되면 지난번과 같이 "미안합니다. 늦게 와서." 사과하겠지.

오늘만큼은 마지막 손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늦게 끝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왠지 오늘은 가게의 모든 미용사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서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