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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하는 이사도 아닌데, 늘 이사를 앞두면 설렘보다는 긴장이 되어 글로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삿날마다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걸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장을 다니는 어머니가 집을 보러 다니고, 이삿짐 업체 알아보고 이사준비 하고
정말 일이 많았는데 아무리 어렸다고 해도 철없는 자식놈이라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 엄마는 늘 강해 라고 생각해왔는데 어린 자식을 위해 강한 척 대처하셨던 거겠죠.
그래서 저는 더욱 어머니께 효도를 해야 하는데, 해외로 나가서 살게 돼 송구한 마음이 늘 마음 한 켠에 있습니다.
효도해야 한다는 마음, 그런 게 일본 사람들에게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어머니는 "네가 잘되는 게 효도다."라고 하시지만,
자식된 입장에서 내가 아쉽지 않게 살면 부모님 한번 더 살펴보고 사는 게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또래인 일본 친구들을 보면 성공을 갈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속내를 제게 털어놓을 만큼 가깝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관이라든가...
그런 걸 은연중에 느끼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특별히 잘나지 않고서야 '신분상승'(저속한 표현이라 죄송합니다)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제가 친구들한테 느끼는 것처럼 그들도 제게서 "더 잘되고 싶어. 경제적으로 더 성공하고 싶어." 라는 것이 느껴질까
겸연쩍을 때도 있습니다.
쇼와 감성이 풍부하던 때라면 일본이 부강한 나라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자부심을 갖고 노력을 부르짖었던 시기겠지만요.
그래서, 지금의 젊은 일본인들이 타워맨션이라고 불리는 고층의 아파트나 고급 주택이 즐비한 주택가에
정말로 살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돈이 있으면 살겠지만 내가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그것을 보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이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 사람들도 주거비 걱정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은 고정지출중에 주거비가 제일 클 겁니다.
유복한 환경인 친구들은 조부모님 소유의 집을 물려받기도 하는데,
스스로 살아가는 보통의 친구들은 자가가 아니면 월세를 내는 것밖에 없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집이거나 주변 생활 인프라가 거의 갖춰지지 않고, 역이랑 너~무 먼 곳 같은 데를 제외하면
세전수입의 1/3 정도까지도 나가니까 분명 많은 편이죠.
도쿄23구 맨션값이 10년전 대비 2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신축 맨션의 경우, 도쿄에서도 상급지(저속한 표현 죄송합니다)가 아니더라도
이 돈을 내고 여기에 산다고? 싶을 정도로 상승한 건축비가 많이 반영돼있는 것을 느낍니다.
서울에서도 몇몇 구가 특히 선호되듯, 도쿄에서도 선호되는 지역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23구가 전체적으로 값이 올랐습니다.
얼마 전 제가 TV프로그램을 봤는데, 언론에서 도쿄의 타워맨션 소유자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뤘습니다.
도쿄의 타워맨션은 2억엔 가량하는 집이 드물지 않습니다. 방이 3개도 아니고 2개짜리인 경우도 많습니다.
도쿄의 인구를 1,300만 명 정도로 추산했을 때, 그중에 자가 맨션이나 주택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45%가 채 안돼, 전국 꼴지입니다.
최근 환율은 100엔이 900원대로 올라섰으니, 2억엔 집은 우수리까지 생각하면 대강 20억 원입니다.
방송에서는 평범한 일본인이 도쿄에서 타워맨션은 커녕 일반 맨션조차 자가로 소유 또는 임대로 거주하기 어려워진 사실을 부각합니다.
한국처럼 최저임금 상승으로 사회전체적인 급여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유니클로(퍼스트 리테일)같은 대기업의 신입사원 초봉 300만 이런 이야기도 올해 들어서 나온 이야기고,
지난 10여년동안 2012년 대비 최저임금이 2배 가까이 상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서울 집값은 액면가만 따졌을 때 임금상승률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임금 상승률은 거의 정체돼있어서
남들은 그대로인데 내 가치만 크게 올라가지 않고서야 임금은 테이블 내에서 미미하게 상승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도쿄 집값만 오른 겁니다.
집이 비싸서 (안 팔려야 하는데) 돈 많은 외국인이 다 사버리니 결국 일본인은 살 수 없는 가격으로 시세가 형성된다는 느낌인 거죠.
일본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 퍼진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연봉 * 8 = 대출한도' 라는 이야기입니다. (팩트인지는 알 수 없니다.)
일반 회사원의 기준이 그렇다는 거고,
프라임 상장사에 근무하면서 근속연수도 꽤 되는 분은 회사 주거래 은행과 연계해서 대출이 비교적 잘 나오겠죠.
일본에서도 '사'짜 전문직은 사회적 신용을 높게 평가받습니다.
실제 대출기준은 은행 내부규정이니 알 수 없지만,
이들을 10배쯤으로 적용한다 쳐서, 연 7~800만엔을 받더라도 7,000~8,000만 엔이니 전액에 가까운 대출이 안나오는 금액이죠.
앞서 언급한 2억엔 짜리 타워맨션은 커녕, 평균 1억엔 선인 일반 맨션도 세대주 단독대출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소득이 높은 사람들도 부부 소득을 합산하여 대출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규모가 있는 맨션으로 이사하고 싶은 이유는 보안 문제와 편의성이 크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이 일본에 오는 상황을 대비하고 싶어서입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영주권도 포기하고 고도인재비자로 거주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주권자나 일본인조차도 불가능한) 고수입을 전제로 고국의 부모님을 모셔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을 모셔온다 한들 친구나 친인척도 없고, 말도 안 통하면 우울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식이 노년의 부모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에게 그런 것을 기대해서는 안되지만, 부모님께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친구가 놀러온다면 하룻밤 불편하더라도 자라고 하겠지만...집이 좁으면 부모님을 편하게 주무시라 할 수도 없습니다.
외국까지 얼굴 보겠다고 오셨는데, 호텔 끊어드리기에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내어드릴 방이라도 있어야지, 비좁은 거실에서 주무시라 하고 침실에 쏙 들어가기에는 마음에 걸립니다.
기꺼이 계시고자 하는 곳에서 모시지 못하면 진정한 효도는 아니겠지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어렸을 때는 이해가 어려웠고
지금은 공감하지만, 잘한다는 게 쉽지 않네요.
주말 가족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자식새끼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쓸쓸하게 와닿습니다.
결론은 짓지 못하고, 너무 늦은 시간이 돼버렸네요.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고 한발 더 나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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