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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가득한 책장에서 일본어 책을 발견했다.

 

전혀 읽지 못하는 글자 속에 파묻혀 있더라도 익숙한 글자만큼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

제목에 끌려 곧장 집어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닥친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더니, 정말 눈에 들어온 것이 이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집어든 책의 작가는 심리/자기계발 분야에서 유명한 일본인 心屋仁之助. (kokoroya jinnosuke)

외국인 작가 이름이 쉽게 외워지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여러 권 번역 출판이 되었으니 들어본 적이 있다면 착각은 아니다.

 

작가의 특징은 가급적 딱딱한 이야기는 피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내용으로 글을 써온 유명 작가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전문적인 서적을 읽어보는 것이 좋고

나(작가)는 그것들을 받아들이기 쉽게 마인드를 바꿔볼 것을 권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가 바뀌어야 행복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은 넘치도록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어 책을 구입하러 대형서점에 방문했던 지난 9월,

서점가에는 유명 캐릭터를 빌려 삽화를 넣은 책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앗, 이 캐릭터가 이런 말을?"  "이 만화에 이런 내용도 있었나?" 새삼 느끼게 한다.

어린이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어른이가 돼서는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말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책은 뭐가 다른가 궁금한 이도 있을 거다.

차이점을 말해보라고? 모르겠다. 생각해봤는데도 생각나지 않는다.

읽다보면 달콤하다 못해 물러터진 소리처럼 여겨지는 구절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작가 표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에스컬레이터'다.

  

올라가는 방향에 올라타지 않고 내려가는 방향에서 기를 쓰고 올라가려는 사람.

누가 봐도 어리석지만 그게 내 행동이라면? 

이처럼 내가 겪고 있는 문제다 싶은 페이지에서는 저항감이 느껴져서 책을 그대로 덮어버릴 때도 있다.

나 스스로에게 비난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누르고 의자에 다시 앉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작가의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마음이 들었을 때다.

나보다 조금 더 살아온 어른이 보태줄 확신이 필요할 때.

주위 사람에게 물어 조언을 얻는 것보다 안전하다. 감추고 싶은 비밀, 복잡한 사정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책을 읽어가며 내키는 대로 한다.

 

위험하다, 헛된 돈을 쓰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하고 싶은 걸 참았을 때 행복하지 않았다.

힘들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행복했다. 덜 불안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주기를 바라!"

이때 바로 이 작가의 책을 고른다.

「好きなこと」だけして生きていく (직역: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아간다.)는 책을 3권이나 구입했다.

그걸 좋아하는 두명의 선배에게 나눠주고, 한권은 내가 갖고 있다.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도 하는 일이 달랐고, 퇴사 후에 각자가 하는 일 역시 다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자! 는 뜻에서.

 

https://www.amazon.co.jp/「好きなこと」だけして生きていく。-ガマンが人生を閉じ込める-心屋-仁之助-ebook/dp/B00SR7H37Q/ref=dp_kinw_strp_1

 

↑ 당시에 구입했던 책. <저자와 아마존으로부터 어떠한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19년 01월 기준.

 

실제로 한 선배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을 하고있다.


 

퇴사를 계획하고 있었던 어느 해 겨울, 3명이 모여서 술을 진탕 마시고 취했던 그때가 종종 생각난다.

술이 많이 들어가면 "이놈들아! 성공해라."고 말하던 선배.

나만의 세계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생각하던 내게, 다른 방식으로 굴러가는 세계는 얼마든지 있다고 알려준 것도 선배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려준 것도 그들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사람은 자신이 닥친 상황과 연관짓고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중국어 책이 가득한 그곳에 잘못 끼어들어간 책이 내 눈에 띈 것은 우연이지만 그것을 읽어보고 생각하고, 글로써 정리해볼 기회가 있어 좋았다.

내게 닥친 고민거리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마치 이 책은 선배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게 어떨까요'하고 묻던 건방진 후배가

"지난 2년간 '괜찮다, 잘 지낸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냐?" "좋아하는 일 하고 있냐?"고 어려운 질문을 되돌려 받은 느낌이 든다.

2년이 지난 지금, 내가 책장에서 찾아낸 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모두 잘 해결되었다면 이 책을 집어들었을 리 없으니.

방향만은 틀리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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