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4세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든 생각.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

 

어느 재일교포 4세가 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자랐고, 한국어도 잘하지만 일본어가 모국어인 한국 국적자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복잡한 마음이 들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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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국적을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태어나보니 한국인이었고, 일본인이었고 그런 셈이다.

해외이주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국적을 바꿀 기회는 주어지지만,

대개 선진국의 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이중국적인 사람은?

 

 

한국과 일본은 부모 둘중 어느 한쪽이라도 한국(일본) 사람이면 아이에게도 그 나라 국적을 주는 속인주의 국가이다.

그래서 한일 커플이 출생신고를 할 경우에 아이는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갖게 된다.

단, 한국과 일본은 성인이 이중국적 상태에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선천적인 이중국적자인 아이 역시 일정시기가 되면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 일시적 이중국적 상태인 미성년자에게 유예기간을 줄 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이중국적은 한국 내에서 외국 국적 불행사를 요하기 때문에 진정한 이중국적이 아니라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스스로 깊게 생각한 뒤에 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국적의 의미를 알고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고 가볍지 않은 일이어서 20여년 가까운 세월조차 짧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실제로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20년중 몇 년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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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설명했듯이 속인주의에 따라 

내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 아이는 자동으로 한국 국적도 갖는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받으면, 머지않아 나보다 일본어를 훨씬 잘하게 될 거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일본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아이를 한국인으로 키울 수 있을까? 넌 한국인이라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해서 교육해야 할까?

일본에서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이에게 불리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나?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국적을 택하라고 해야 하나?

 

 

반대로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언젠가 일본에 가게 될테니,

너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 사람인 것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고 교육해야 할까? 

아이가 사회화를 겪으면 더이상 집에서만 통하는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려 들지 모르는데.

아이가 스스로 어느 한쪽의 국적을 택해, 그나라 사람으로서만 살겠다고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한결 수월할지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부모의 선택으로 한국으로 또는 일본에 자리잡으면 아이는 그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만큼은 100% 일본어 사용이라는 가족간의 룰을 만들더라도

한국에서 자란 아이가 일본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대화에 따라오지 못하거나, 한국에서 자란 내가 일본 학교의 추억거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국제결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한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아예 제3국에 자리잡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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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져서 어른이 피곤해지지만,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를 때, 부모가 상의하여 일방적으로 국적을 결정해버리면 그런 혼란은 피할 수 있더라도(한국과 일본 모두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국적 선택&포기를 법정대리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결국 아이는 '나는 00 사람! 근데 우리 엄마(아빠)는 왜 혼자만 국적이 달라?'라는 질문에서 피해갈 수 없게 된다. 그 질문에 대답해주는 게 더 간단하지만...

 

 

아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라의 사람으로 살게 하면서 꼭 결정해야 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 선택권을 빼앗지 않는 게 부모로서의 옳은 결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