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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짓는 제목을 내걸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모국어에 최대한 가깝게 일본어를 받아들이려 하는) 일본어 학습자의 한 명으로서 팁을 주고 싶다.

 

단체 교습을 받으러 가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커리큘럼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누군가의 가치있는 질문으로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수업 방향을 약간 트는 것조차 다른 수강생에게는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첨삭과 관련된 수업은 더욱 말할 것이 없다.


글쓰기 수업이나 과제가 나오면 한국어로 먼저 글을 쓰려는 학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교습자도 그러한 순서를 따르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한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나?

 

한국어가 모국어인 절대 다수의 한국인은, 한국어로 글을 쓰기 전에 어떠한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문법이 틀릴 것은 거의 염려하지 않고 오직 내용에만 집중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그 한국어로 글쓰기에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의 전제는 깔려있지 않다.

한국어로 성인에게 간단한 글쓰기(일기 등)를 요구하였을 때, 그것을 작성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오류도 없고 자연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다.

 

대개 그만한 일본어 표현을 모를 뿐더러, 잘못된 조사를 사용하는 등 문법도 틀리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가져다 쓴다고 해도 그게 곧이곧대로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 가을 어느 날, 원어민에게 직접 작성한 예문을 보여주고 첨삭을 부탁한 적이 있다.

틀린 부분은 둘째치고 너무 리얼하게 써놓아서 한바탕 웃은 뒤에,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도록 고쳐주었다.

 

큭큭 웃길래 너무 많이 틀려서 그랬나 싶었더니 그건 아니었다.

왜 일본어 원어민이 웃었을까?

 

처음부터 한국어로 쓸 것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표현 중에서 현실에서 사용해봤거나,

아직 들어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써볼 수는 있을 것 같은 말로 예문을 작성했다.

일본 사람이 들어서 어색할 수는 있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어 학습 목표치가 높기 때문에 일본에서 고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작성한 교양용 어휘집 등을 종종 읽기도 하는데, 이걸 알아야 작문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체화하지 못한 표현도 수두룩하고, 아예 알지 못하는 표현은 더욱 많다.

 

내가 그런 책들에 나온 표현을 무리해가면서까지 끌어다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첨삭을 부탁받은 그녀가 깔깔 웃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①쉬운 표현으로도 살아있는 일본어처럼 만들 수 있다.

 

②(소논문 이상의 글이 아니라 가벼운 신변잡기를 다루는 작문을 해야 한다면)

한국어로 먼저 글을 쓸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글을 쓴다고 가정해야 매끄럽게 글을 쓸 수 있다.

 

 

소논문 이상의 글을 요구받는 사람이라면 일본 유학생이라든가, 유학생이라든가... 보고서 쓰는 사회인이라든가.. 일본어 능력을 요구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고, 그만큼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아도 알아서 글을 잘 쓰시리라 믿는다.

 

자필로 글을 쓰는 것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내게 도쿄대 박사님이 가르쳐주신 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자요? 많이 쓰면 잘 써요. 저도 일본어 전공 아닌데 10시간씩 썼어요ㅋㅋㅋ 화이팅."

시험 아니면 컨닝하면 되니까..요즘 폰 사전이 얼마나 좋은데!

일본 사람들도 글쓰다가 막히면 폰 찾아본다.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몇몇 교습자들은 이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국어로 글을 쓴 뒤에 번역하라는 식으로 가르치니

한국어 이해도에 비해 일본어 이해도가 한참이나 낮은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혹시 통번역대학원 준비하세요? 아니잖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작문 수업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어로 먼저 쓰고! 한국어 번역을 요구 받으면 그때 한국어로 번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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