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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많이 쓰이는 유도리, 유두리(?)는 일본어의 ゆとり에서 나온 말입니다.
한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가 다니던 옛 직장은 융통성(유토리)을 발휘할 줄 아는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안이 안되면 2안으로, 2안도 안되면 3안으로 추진했죠.
목표는 정해져있으니 지그재그든 사선으로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깨끗한 포장도로를 걷는 게 아니라, 얼마든지 엎어지고 발목도 잡힐 수 있는 정글 한복판을 뛰어다니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아무도 원래 계획대로 안된다고 화를 내지도,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돈이 사라지는 게 보이다보니 대안을 만들 시간도 부족해서 직관과 경험, 융통성이 중요했습니다.
그때 고생한 덕분에 현재는 처음보다 융통성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무언가 벽에 가로막혔을 때, 안될 것같은 일이 정말로 안되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두가지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계좌 정지한다고요? 연기도 안된다고요?"
첫번째는 제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 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주기적으로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사실확인이 들어옵니다.
특히, 재류카드 기한이 유효한가가 중점이 되어있는데 갱신기간이 임박하면 갱신요청이 들어옵니다.
이때, 갱신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재류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여 거래가 정지됩니다.
정지되면 은행 계좌로 출금을 포함해 아무 것도 못합니다.
제 재류기한이 넉넉히 남았는데, 모 증권사에서 자꾸 갱신요청 메일이 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해가 안되기는 했지만 정지가 되면 무엇이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문의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사이트 Q&A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니 그 페이지를 확인하라"는 알 수 없는 답장이 왔습니다.
심지어 안내해준 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읽어봐도 질문에 대한 답이 써있지 않았습니다.
황당함을 감출 수 없어, 전화해 물어보기로 합니다.
"제가 문의메일을 보냈는데, 구체적인 질문에도 불구하고 답변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서 전화했습니다.
요청기간내 갱신이 안되면 거래가 어떻게 안된다는 것인지 알려주세요.
제 자산을 아예 운용하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주식 매매만 안된다는 건가요?"
"자산운용은 그대로 유지되고, 매수를 제외하고, 매도는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체류기한도 문제없는데 왜 벌써 정지한다는 건가요?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조기에 요청하지 않을 뿐더러, 요청이 있다한들 증빙을 제시하는 것으로 연기가 되는데요.
XX사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나요?"
알아보고 안내해도 되겠냐는 말과 함께, 잠시뒤 돌아온 담당자는
메일로 자료를 제시하면 확인하고 연기처리를 해주겠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당시에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아무리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았는데,
제가 전화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정말로 연기가 안되는지 묻지 않고 받아들였으면 정지를 당할 뻔한 거죠.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벽에 막혔을 때 들이대보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절대 안됩니다!" 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거절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도해서 지금까지 나빴던 적은 없습니다.
제 경험처럼 업계 상식을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고, 전례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2. "TAX 증명 주세요."
두번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법무국 출장소에 일을 보러가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이 짧은 일본어로 열심히 '납세증명서'를 어떻게 받냐고 어필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납세증명서 발행은 법무국 업무가 아닌데, 계속해서 영어랑 일본어를 섞어서 질문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난처해서 이건가 저건가 하다가 TAX라는 말을 듣더니, 납세증명서라는 것을 눈치챈듯 했습니다.
비록 정보가 부족해서 잘못 왔지만, 관공서에 와서 필사적으로 어필한 덕분에 어딜 가서 서류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았던 거죠.
말이 안통하는 상황에서 납세증명서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열심히 이야기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으면?
제대로 된 곳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것도 얻지 못했겠죠.
:: 맺음말.
일본은 15시면 은행창구 문을 닫는 곳이 있습니다.
극적으로 14시 59분 30초에 은행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은행 측에서 셔터를 내리려고 할 때, "잠깐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이라도 붙여보실 건가요?
어차피 30초밖에 안남았고 셔터 내리고 있으니 그대로 돌아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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