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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류자격 관련으로 계속해서 메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소식과 세무 관련 내용을 제외하면 라벨링을 해놓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폴더를 따로 만들어놓고 실시간 알림까지 설정할 정도입니다.

 

외국인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기관인, 출입국재류관리청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게시하고 있습니다.

재류자격 관련 내용 외의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오늘 인용할 자료도 재류관리청에서 얻은 자료입니다.)

 

 

 


 

일본에서 일본어를 잘해야 하는 이유.

 

오늘의 본론입니다.

 

아래 자료는 재류관리청에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在留外国人に対する基礎調査 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조사이며,

한국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 등의 대상자가 되어 가구방문을 겪어보신 분은 비슷한 느낌일 겁니다.

표본은 중장기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2만 명(유효응답 약 6,100건)으로 관광 등의 단기체재자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https://www.moj.go.jp/isa/content/001421200.pdf

한국어로 직역 되어있으니 누구든 가볍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읽어보면 언어라고 표시된 부분 외에

연금, 세금, 자녀교육, 주택, 일본인과의 교류를 포함해 거의 모든 방면에서 연령과 관계없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결국 대부분은 일본어 실력에서 발생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겪어본 일본은 좋은 면에서도, 그렇지 않은 면에서도 어지간하면 메뉴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금, 세금 관련한 문제도 일단 상담자가 대응은 하지만, 결국 본인이 처리하는 문제가 아니면 담당자로 돌려줍니다.

 

그런데, 세금 관련 문제는 국세청이나 관할 세무서에 물어봐야 하는 게 맞고

원칙적인 안내로 해결되는 게 아닌,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으면 회계사나 세무사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맞습니다.

일본어로 상담이 안된다면 영어나 모국어로 상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겠죠.

 

제가 알아보니 회계사나 세무사 중에는 일본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드물어

외국인이 몇명인지 정확한 통계를 낼 정도가 아닌데

심지어 그사람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할 가능성은 몇%나 될까요?

 

 

연금 관련 문제는 (영주자에 한정한 조사가 아니므로) 귀국시 일시탈퇴금에 관한 문의가 제일 많을 것이고,

이 역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조금만 알아보면 바로 나옵니다. 

또, 작년 수입이 없었거나 너무 적어서 면제 또는 감면 신청을 하려고 해도 이는 일본인일지라도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이러한 정보가 일본어로만 작성돼있다면 일본 탓이라도 해보겠지만,

재류관리청이 공개하는 내용만 읽어봐도 기본적인 내용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작성돼 있습니다.

그 '여러 나라'에는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국적 비율이 잘 반영돼 있으니

인터넷을 통한 정보접근이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면 찾아볼 생각을 않았다는 말밖에 안됩니다.

 

그밖에도 내용을 쭉 읽어보면 일본어가 어려우니

뭔가 설명할 때는 참고할 수 있게 모국어나 영어로 보완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자녀 교육에 적힌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 보내온 서류의 50-60%밖에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일본에서 자라는 아이를 위해 모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 등이 적혀있습니다.

 

저도 외국인인 입장이지만, 일본인 시선으로 본다면 머릿속에 물음표 밖에 그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일본어 교육 지원정책을 어디까지, 얼마나 힘써야 하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을 갖겠죠.

 

 

왜냐하면 정부기관은 수년 전부터 やさしい日本語(쉬운 일본어)를 내세우며,

외국인을 위해 쉬운 표현을 사용하고 한자에는 읽는 방법을 병기하는 식으로 홈페이지 등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やさしい日本語는 사실 일본인이나 일본어가 익숙한 사람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한 두개도 아니고 계속해서 같은 단어가 두개씩 붙어있는 글을 어떻게 빨리 읽겠어요.

 

ハムスターは柔らかい動物である。

柔らかいというと頭にピンと来ないと思うが、ハムスターは身体が柔軟だけでなく毛もシルクのように柔らかい。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하면

 

ハムスターは柔らかい(やわらかい)動物(どうぶつである。와 같이

하나하나 모든 한자에 읽는 방법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가끔 이런 이메일을 받아보면 저는 그대로 복사해서 AI에게 시킵니다.

"Can you give me the text without any okurigana?" 이러면서 영어 연습도 한번 해보는 거죠.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별도 제작하는 상황입니다.

한자만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외국인이 알기 어려운 행정용어 등을 순화하는 식으로 표현을 바꾸기도 합니다.


 

 

일본 인구에 대해 잠깐 살펴볼까요?

 

2024년 3월 22일에 공표된 법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에 외국인은 약 341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에 공표된 총무성 통계에는 일본인만 따졌을 때, 인구는 약 1억 2천백만 명입니다.

일본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은 3%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일본어를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리한 것입니다.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니까 말하고 쓰는 게 중요한 분도 있을 거고,

일본어를 잘하지 못해도 간단한 표현만 되면 유창한 영어로 해결하는 분도 있을 거고,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 생활하니 말을 거의 못해도 생활이 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각자 생활방식이 다르겠지만

내가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기본적으로 일본어를 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주재원으로 나와서 수년 내로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일본어를 익혀야겠죠.

(영어만 쓰는 회사를 다니는 분들은 논외입니다!)

 

한국 사람도 주어, 술어 어디로 날려버리고 말하듯 

일본에서도 꼭 필요한 상황 아니면 상당히 뭉개가면서 말하거나 뭔가 빼먹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애니처럼, 뉴스처럼 깨끗하고 알아듣기 쉬운 일본어는 전철 안내방송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LPT N1은 커녕 N2에 도전 않는 외국인도 많을 겁니다.

 

경험상 체계적인 일본어 교육을 받을 여건이 안되면 JLPT를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JLPT를 취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생활이 불편하다고 호소할 정도인데 이건 문제가 아닌가요?

 

 

실제로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정리한 각 부문의 대표 의견들은

다수가 일본어 실력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 문제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유학생은 학교에서 발전할 가능성과 시간이라도 있지만 사회인은 그럴 시간을 안 줍니다.

당장 업무를 익히고 쳐내야 하니까 일도 하고, 가사도 하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일본어 실력부족 때문에

필요한 정보의 검색과 취합,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상황조차 안된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그런 곳이 틈새시장이라면 틈새시장입니다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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