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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지낼 때 나의 불만은 주로 공간에 관련된 것이다.
상업시설의 공간은 대체로 크고 넓고,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많지만, 그건 큰 회사의 건물인 경우가 많다.
이 포스팅에서 말하는 공간은 약간은 개인적인 곳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은 한국보다 주거비가 비싸기 때문에
같은 돈이면 서울에서보다 더 좁은 곳에 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건물에 살 수밖에 없다.
매매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서울이 더 비싼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한 평당 단가를 계산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기준은 도쿄 도심,부도심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도쿄 및 인근의 수도권) 같은 값이면 한국 집이 훨씬 넓다.
2LDK라고 하면, 2개의 방에 거실, 부엌이 있는 구조인데
붙박이장의 유무에 따라 수납공간 차이가 있고, 거실이 얼마나 넓은가, 방이 얼마나 넓은가에 따라
같은 2LDK라고 해도 면적이 많이 바뀌므로 정확한 사이즈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큼직한 신축투룸 빌라+@ 또는 그냥저냥한 사이즈의 투룸을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다만, 대개 화장실과 욕실이 별도다)
나처럼 나만의 공간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본에서는 젊은 부부 둘이 살면 2LDK 이상에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유는 수입 대비 지출해야 하는 월세가 크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든, 잘나가는 개발자든, 대개 1LDK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다.
오, 여기 좀 괜찮네! 하면 월 200만원 이상 가볍게 나가는데...공과금도 한국보다 더 세다.
자산이 워낙 많거나 고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월 200이 아무것도 아닌 돈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1년이면 2,400이나 되는 큰 돈이다.
관리비야 고정지출이지만
변동비를 아무리 줄여보려 해도 사람이 전기 쓰고, 물 쓰고, 가스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단가 자체도 한국보다 분명히 높다. 체감상 그렇다.
한겨울에도 찬물로 샤워하고, 냉골에서 덜덜 떨면서도 히터 한번 안 틀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배고픈 유학생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감기라도 한번 들면 그동안 아꼈던 가스비 한번에 다 나간다.
그러면 결국 줄일 수 있는 것은 월세 자체를 줄이는 방법,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집 사이즈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때, 1LDK의 형태는 갖춰야 한국식 완전(?) 원룸은 벗어날 수 있으니
아이가 태어나도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는 1LDK에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고,
2LDK를 넘어 3LDK 이상이 필요해지면 교외로 빠져나가 단독주택을 올린다.
왜냐하면 이미 23구에는 집을 올릴 땅도 없고, 3LDK부터는 맨션이라고 해도 월세 및 관리비가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말하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15년간 한국에서는 너무 흔하게 겪어온 일일지 모르지만,
코로나 이전의 일본에서는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집값이 꿈틀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도내에 간신히 땅을 구해도 펜실(연필)하우스라고 불리우는 가늘고 좁은 집을 2층, 3층 올린다.
그러니까 3층 이상의 집이 1,2,3층 모두 그럭저럭 투룸은 놓일만한 사이즈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누가봐도 큰집이 아닌 이상, 3층까지 올렸다는 것은 땅이 좁아서 연면적만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노른자땅에 올라간 신축인데도 주차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3층집이 정말 크고 넓은 집이어서 3층이라기보다는 공간이 부족해서 3층이 생겼다고 보는 게 맞다.
일본에서 [단독주택 = 주차비 0엔] 이라는 상식에서 벗어나므로 주차가 불가능한 건 큰 감점요소다.
게다가 건축면적이 작을수록 나머지 공간 확보를 위해 계단은 가파르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나이를 먹으면 계단에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감점요소를 끼게 된다.
그러니까, 자신의 정원에서 비단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영감님이 나오는 집은
땅값이 저렴한 지방 또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혹은 물려받을 게 많은 집안의 자손이거나 젊은 나이에 크게 성공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과실수와 연못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정원은 방치하면 모를까,
내 '공간'으로써 철저하게 유지관리하려면 몹시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처럼 어렵게 마련한 마이홈을 고작 10년 살고 팔아치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고정자산세를 고려하면 10년이 베스트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차량 이용까지 고려하는 것까지 더해져
도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교외로 나와서도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는 도보 2-30분씩 걸리는 곳이라든가,
집에 대한 수선 리스크 등 10년된 단독주택을 제값(?)받고 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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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10년 살면서 진도 4 이상의 지진을 한번도 겪지 않을 확률은 몇프로나 될 것 같은가?
어지간히 노후화되지 않고서야 집이 파괴될 정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콘크리트에 배관이 고정(매립)되어 있다고 해서 그게 정말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가?
지진이 정말 건물의 구조와 설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나?
아니, 어떤 건설사와 엔지니어도 그런 보장을 하지 못한다.
건축 당시의 구조도면이 존재하지 않고, 불법으로 구조변경된 건물의 철거 과정에서
비내력벽으로 보이는 내력벽이 깎여나가 연결부 천장의 철근이 노출되어 있는 걸 보고,
향후 작업시 진동이 줄 여파를 생각하라며 왜 그랬냐며
노골적으로 엔지니어를 무식한 사람 취급하는 구조기술사를 만나본 적이 있다면
지진이 건물에 줄 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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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좁은 공간에 놓인 동그란 테이블이 너무 싫다.
오래전부터 좁은 공간에 동그란 테이블은 굉장히 효율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마이홈이 넓으면 동그란 테이블 하나쯤 놓아도 좋겠지... 좋을까?
원형은 사각형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많지 않아보이는 것이 장점이지만,
많은 경우에서 이상적인 도면은 튀어나온 곳이 적은 직사각형의 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불규칙적(이상하게 구획지어진)인 공간에 적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공간의 여유를 두면
같은 사이즈임에도 더 넓게 느껴지고 안정감을 주지만, 물리적인 사이즈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될 때의 이야기지
절대적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가구 배치를 해야한다.
건물 설계 및 시공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들어가고 튀어나오는 부분이 발생하지만,
그 조금의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부분 때문에 데드스페이스가 생긴다.
원형은 죽은 공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최악이다.
결국 제목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와야했다.
독자께서 어느 공간에 있든, 공간이 좁으면서 테이블 용도를 다양하게 이용하려면 사각형을 고르실 것을 권한다.
사각형이야말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세련미는 떨어져보일지 몰라도 사각형의 테이블이 좋다.
아이에게 사주는 접이식테이블도 다소 밋밋할지라도 원형이 아닌 사각형이 좋다.
노트북, 계산기, 마우스, 키보드, 태블릿, 모니터, 책(서류,노트)
나처럼 테이블에 이런 것들을 놓고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원형의 비효율성을 자각할 것이다.
특히, 재택근무나 사무공간에 기기가 많은 분들은 원형은 알아서 피하시겠지만,
일렬로 배치할 수 있는 것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것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내 사무실에서 외부 손님용이 아닌 원형 테이블은 절대로 금지다.
진짜 사무실을 지키며 일을 하는 임원실에 가면,
응접용 소파 앞에나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지, 임원 자신이 원형 테이블을 쓰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미처 정리안된 서류를 올려놓는 정도로 쓰이고 있다.
그래도 두번의 원형테이블을 샀고, 나는 두번 다 지고말았다.
세번째는 우리집이 넓어져서 내가 원형의 비효율과 미적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거나
내가 이겨서 사각으로만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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