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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 거래처 대표들에 비하면 비행기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자주 비행기를 이용한다.

 

국내 출장만으로 ANA 최상위 회원이 된 거래처 대표가 있다.

나는 농담 삼아 "마일리지 사냥 다니시는 거 아니냐"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그 대표와 출장을 같이 가게 되었을 때였다. 내 항공편 정보를 알려 달라고 하더니 공항에서 만나자고 했다.

일 이야기를 할까 싶어 미리 와서 기다렸는데 그런데 출발 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연락이 와서는 자신은 이미 라운지에 있으니 내려서 보자는 것이다.

그걸 알았으면 나도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하다가 천천히 들어왔을 텐데ㅎㅎ

 

 

사실 나는 ANA 주식을 조금 갖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선을 탈 때 최우선으로 ANA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국내선은 LCC보다 ANA를 선호하지만, 국제선에서는 ANA가 대체로 비싼 편이고 서비스도 예전보다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제선 이코노미에서도 맥주를 두 캔 정도는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가장 저렴한 운임을 선택하면 출발 24시간 전까지도 사전 좌석 지정이 되지 않을 정도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주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용 절감 및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방향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주주이기 이전에 이용객으로서는 아쉬움을 느낀다.

 

예전에는 ANA 상위 회원이 되면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실적을 발생시키면 등급 유지가 비교적 쉬운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비행 실적이 부족하면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상위 회원들의 불만도 이 부분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애초에 이 카드를 발급받으면 한번이라도 기본(?) 회원보다 높은 등급까지는 올라가야 했었기 때문이다.

아예 ANA 비행기를 타지도 않으면서 스타얼라이언스 혜택을 뽑아먹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

 

아무튼, 

탑승 전 게이트 앞에서 병든 닭처럼 졸거나 업무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카드 혜택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찾는다.

 

주전부리를 먹거나 샤워를 하지 않더라도 전자기기를 충전해 두고,

커피 한잔이나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는 컨디션이 다르다.

 

여담이지만, 그때 같이 출장을 갔던 대표는 나와 같은 이코노미 티켓을 끊었음에도

상위 회원 자격으로 항공사 라운지를 이용했고 탑승도 먼저 했다. ㅎㅎ

오후 3시쯤 도쿄에 도착해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나는 국제선을 타더라도 면세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 제품이 있는지 둘러보거나, 술이나 선물을 살 일이 아니면 면세점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결국 남는 게 시간이니 일찍 도착해서 남는 시간에 라운지에서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라운지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비즈니스 이상 항공권이나 유료 서비스로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면 출입국 절차도 훨씬 수월해지니

공항에 오면 평소보다 돈으로 시간과 컨디션을 사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일본의 프리미엄 카드들이 예전에는 라운지 이용권을 꽤 넉넉하게 제공했기 때문에

나는 PP를 사는 것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최상위 등급이 아니면 무제한 이용 혜택이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다.
그러니 출장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나이가 들어갈수록 물건보다 시간을 사고, 불편함보다 컨디션을 사는 데 돈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것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일까?

저녁 늦게 도착해, 막차가 끊겨 첫차가 올 때까지 공항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불편하게 노숙했던 시절이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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