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8월 하순부터 한국 뉴스에서도 일본의 쌀 부족을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전부 수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추수를 포기하고 갈아엎기도 한다는데...
쌀이 모자란다는 건 아직(?) 쌀을 주식으로 삼는 일본에서도 어이없는 일이기는 할 거다.
듣자하니 얼마 전부터 関西(관서) 지방에서 쌀 추수가 시작돼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니
당분간 먹을 양만 있으면 해결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도쿄를 비롯한 関東 주변에는 여전히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슈퍼에 쌀이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석밥 같은 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 군데 돌아서 사는 사람도 있고, 입고되면 금방 나가버리니 아침 일찍부터 이곳저곳 다니는 사람도 있단다.
솔직히 황당하긴 한데, 일본 거주하는 누군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에서 쌀을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평소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
연휴 때면 외국인들이 식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다 잡혀서 빼앗기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일본 세관에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쌀(백미)을 일본으로 수입하려면 한국에서 검역 절차를 거쳐서 증명서를 갖고 일본에 입국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연 100kg를 초과하여 쌀을 가져오면 관세 등이 부과되므로 연간 총량을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농림수산성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쌀을 자가소비 목적으로 수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 사후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몇kg인가요? 신고를 하는 건 맞는데요. 홈페이지를 한번 참고해보세요."
"말씀해주신 내용을 이미 읽어봤는데,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개인이라면 보통은 사전 신고를 않고 들여오지요? 이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전화를 받은 분은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는 분인지,
담당관으로 전화를 돌려주려고 두번이나 시도했지만, 계속 누군가의 문의가 이어져 담당 공무원과는 통화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결국 입국과정에서 세관을 거쳐야하므로 거기에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쌀을 자가소비로 수입을 하고 싶어서요. 농림수산성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신고가 필요하대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수출국에서 검역을 받은 뒤에 서류를 가지고, 입국해주세요. 개인 휴대품인가요?"
"네, 어? 그거로 끝인가요?"
"네~ 검역 통과한 쌀이라면 입국하실 때, 해당 부분에 체크해서 내면 그걸로 됩니다."
(알고보니 공항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거기서 총량도 체크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 업자도 아니고 내가 먹을 거 가져갈 생각하는데 누가 얼마나 농정국장에게 사전신고를 하겠어.
그다음은 한국 세관에 문의를 하기로 했는데, 업무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계속 통화중이었다.
홈페이지를 찾고 찾아,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
"안녕하세요. 쌀좀 가지고 나가려고 하는데요. 검사받는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어느 국가이신지.."
"일본입니다."
"전날까지 서류를 접수하시면 되고, 쌀에 병충해 같은 게 없으면 됩니다."
"인천공항을 통해 나갈 생각인데, 어디에 여쭤봐야 하나요?"
"전화번호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쌀을 가지고 나가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요. 서류는 뭘 준비해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어서요."
"네~ 여권, 출국티켓, 쌀 챙겨 오셔야 하고요. 쌀은 간단하니까 서류는 오셔서 쓰시면 됩니다. 검사는 금방 될 건데, 대기자가 많으면 오래 걸릴 수 있으니까 탑승 시간보다 넉넉하게 오세요."
우와. 통화한 사람들 전부 친절했다.
설마 검역 때문에 전날에 공항에 가야하나 심각한 고민까지 했었는데, 깨끗하게 해결됐다.
보통 이렇게 여러 곳을 거치면 그중에는 꼭 툴툴 거리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운이 이렇게 좋을 수가.
이제는 양품의 쌀만 도착하면 완벽하다.
짊어지고 가는 건 내 몫.
출퇴근 지옥철에 걸리지도 않고, 연휴도 끝나서 쌀을 들고 전차에 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Japan > 彼の事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재류자격 온라인시스템 신청 후기 (1) | 2024.09.30 |
---|---|
한국에서 일본으로 쌀 가져가기(후기) (0) | 2024.09.27 |
고마운 사람들 (2) | 2024.09.13 |
[일본거주자 한정] 한국에서 병원 가고 치료비 청구하기 (4) | 2024.09.03 |
이사를 앞두고 (0) | 2024.08.29 |